[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6. 추적
6. 추적
“앨버트 맥클레인. 나이 28세. 알레그린 3번가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없고 7세의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고정적인 수입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에는 편의점에서 야간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여인의 브리핑이 끝나자 어두운 암막 가운데 직사각형으로 빛나는 화면이 띄어졌다. CCTV 화면에는 편의점 계산대가 보였고 물건을 정리하고 온 듯 점원은 화면 왼쪽 하단 가장자리에서 나타나 계산대로 들어갔다. 그는 옆에 들고 있던 네모난 받침대에 무언가를 적더니 계산기와 진열대 사이 좁은 공간에 받침대를 끼워넣었다. 잠시 후 편의점 유리문을 확 열어젖히며 한 사내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휘청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곧장 계산대를 지나 상품 진열대를 찾아 화면 가장자리 밖으로 사라졌다. 계산대 안의 점원은 크게 신경쓰지 않은 듯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았다.
잠시 후 화면에 다시 나타난 남자는 계산대에 위에 무언가 조그만 물건을 툭 던졌다. 남자가 점원에게 무언가를 말했는지 둘은 아주 짧은 순간 멈춘 듯 했고 곧 점원이 몸을 돌려 담배를 찾기 시작했다. 점원이 담배를 꺼내 바코드를 찍더니 남자 앞에다 내려놓았다. 남자는 잠시 가만히 서 있더니 담배를 집어 들고는 점원에게 무언가 말을 하다가 갑자기 담배를 점원에게 휙 던져버렸다. 점원은 당황한 듯 머뭇거리더니 떨어진 담배를 주웠다. 남자는 계산대에 두 팔을 집고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계속 점원을 향해 무언가 떠드는 듯 했고 점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도 몸은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오른손을 들더니 점원에게 삿대질 하기 시작했다. 점원은 이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목석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왼쪽 팔로 옆에 있던 리더기를 세게 밀쳤다. 점원은 계속 가만히 멈춰있었다.
남자가 잠시 계산대에서 떨어지더니 다시 무어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점원을 향해 돌진해 점원의 가슴을 오른손으로 세게 밀어쳤다. 점원은 남자의 주먹에 그대로 제자리에서 푹 쓰러져 버렸다. 남자는 쓰러진 점원을 향해 계속 무언가를 말하더니 편의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뒤로 화면 우측하단에 시간을 알리는 숫자들이 움직였지만 화면은 정지한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계산대 밑으로 사라졌던 점원이 몸을 움츠린 채 일어나더니 계산대 문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와 휘청거리며 편의점 밖으로 나가버렸다.
“현재까지 그와 관련된 최신 기록물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점원이 광인으로 변했단 말인가?”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최초 신고된 시간이 21시 40분 경이었고 목격자가 발견한 곳이 우체국 근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지막 신고를 받고 갔을 때, 요원을 통해 확인된 바로는 목표물이 반광인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반광인의 경우 발작 증세로부터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변형 상태까지 가는데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신고지로부터 2시간 정도 거리의 모든 CCTV를 조사해 봤을 때 정황상 가장 유력합니다.”
남자는 잠깐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반광인의 경우 완전 변형체가 되는데까지 최대 열흘 정도 소요됩니다. 지금 발작 추정 시간으로부터 약 52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직은 생포 후 교화원으로 이송해야 할 때입니다.”
“생포라. 어떻게 잡을 생각이지?”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아직은 지인 식별이 가능한 상태라, 주변 인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남자는 일어나며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생포가 어려울 경우 적어도 위치 파악이 가능한 상황은 만들어 놔야돼. 광인이 될 경우 민간인 살해는 피할 수 없어. 만에 하나 완전 변형체가 되면...”
남자는 안경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
“즉각 사살한다”
***
“주방보조, 택배, 편의점, 물류센터, 주차보조, 야간경비, 식자재 상품정리, 물품분류, 용역, 상품포장, 홍보, 생동성 실험… 아니 무슨 아르바이트를 이렇게나 많이 했어? 다재다능한 친구구만”
“그래봐야 아르바이트지...”
슈프리머가 손에 들고 있던 소득신고서를 내려다 놓으며 말했다. 그는 어제 놓친 광인과 무허가 총기 발포에 대한 시말서로 뾰로통한 상태였다. 복귀한 뒤로부터 줄곧 정보관리실에서 광인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이렇다 할만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찾은 내용이라고는 그가 엄청나게 직업을 많이 바꾼 젊은 남성이며 일터 이외 그가 어디건 진득하게 머무를 곳은 발견되지 못했고 그가 돌아갈 곳이 가장 유력한 그의 집엔 잠복근무 요원이 24시간 대기 중이지만 여태껏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정보만 놓고 보았을 땐 광인이 되기 전 남자는 눈을 뜨자마자 일터로 나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퇴근 한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는 정말 숨막힐 정도로 타이트한 생활을 한 남자였다는 것이다. 다만 수많은 경력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그가 그렇게 썩 직장에 어울릴 만한 존재는 아니었다는 것 혹은 그의 능력이 어떤 정형화된 일을 반복적으로 해낼 만큼 규칙적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설픈 놈이 당첨됐구만.”
흰 가운을 입고 동그란 검은색 선그라스를 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CCTV를 돌려보며 말했다. 슈프리머와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돌려 팔자 주름이 깊게 파인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헌터들에게(이곳에서는 요원이라는 말이 좀 더 품격있게 들리겠지만) 가장 먼저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 곳 정보보안센터의 센터장, 코비였다.
“약 올리기엔 이런 어설픈 성격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착한 놈인가요?”
“착하지. 착하기만 하겠나? 헌신적이기까지 하지. 아무 말없이 묵묵히 일만 하는 녀석. 주변에 또래들이 멍청하게 여자 주변이나 기웃거릴 때 7살 된 동생 챙기기에 급급해 멋부리기 라곤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그런 놈이지. 사장이 야근을 강요해도 싫다는 소리 한번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모나지 않으려고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다 받아주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스타일. 광인이 되기 딱 좋은 조건만 가진 녀석이지.”
그는 아주 재미있는 놈이 나타났다는 듯 검은 수염 사이로 하얀 이를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며칠 째 집에 들어가지 않아 홀아비 같이 썩은 내가 진동을 했지만 새로운 광인이 나타났을 때 만큼은 그의 검은색 선그라스 너머로 눈빛이 총명하게 빛났다. 그는 광인 탐색에 약간 병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광인이 선량하고 착한 자일수록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것이 ‘지극히 선량한 자는 위선자’라는 명제를 증명하는데 활용되지는 못 할지라도 말이다) 코비의 광적인 모습에 거부감을 느낄 때쯤 슈프리머의 구체 로봇이 깜빡거렸다.
“통화”
구체 로봇이 슈프리머 앞에 빔을 쏘자 15인치 직사각형 화면에 에이프릴이 나타났다.
“본부로부터 수색 영장이 떨어졌어. 지금으로부터 24시간 내 광인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지시야. 긴급 수색 영장이니까 대부분의 장소는 다 들어갈 수 있을꺼야.”
화면 우측 상단에 은빛 보안감찰국 마크가 붙은 수색 영장이 표시되었다.
“어디로 가야 되지?”
오브라이언이 구릿빛 대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우리가 맡은 지역은 스트라우스가 전체야. 10분 정도면 도착하니까 너희들도 출발해”
“오키, 근데 너 괜찮냐? 반창고를 하도 많이 붙여서 얼굴이 안보이네”
“왜 그래 예쁘기만 한데. 꼭 말괄량이 애니(한창 유행하는 어린이 TV프로그램)를 닮았군”
슈프리머의 빈정거림에 에이프릴은 말없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는 화면이 꺼졌다.
“이만 가볼게요. 코비”
오브라이언이 문을 열자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 나온 창밖을 바라보며 코비가 말했다.
"그 놈 완전체가 되기 전에는 찾기 힘들 거야. 어딘가 꽁꽁 숨어서 자신을 부정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겠지. 괴물이 되어가는 제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면서 말이야. 참 슬픈 괴물이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