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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8. 추적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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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추적 Ⅱ





“맥클레인? 아\~ 기억납니다. 저희 가게에서 몇 달 일하다 간 친구가 있었죠.”





구레나룻 사이로 땀이 송골 송골 맺힌 채 열심히 엔진룸을 살펴보며 차량정비사가 말했다.





“한 6개월 쯤 됐나? 중간 매니저로 일하던 정비사가 고향에 정비소를 개업한다면서 그만뒀었죠. 그 때 다이너 사 차종 5대가 대량 리콜 맞은 때였거든요. 직영사에서 리콜 물량 때문에 일반 정비차량이 계속 대기가 걸리니까 우리 쪽으로 정비물량이 엄청 몰렸던 때였죠. 거의 새벽부터 시작해서 밤을 꼬박 샐 정도로 일했는데도 차가 줄지를 않았어요. 대기차량이 입구 지나 도로 3차선까지 줄을 섰었죠. 일손이 급해서 구인 앱에 공지 띄우고 쉬는 애들 전화해서 일당 쳐 준다고 잠깐만 와서 일해달라고 애걸하고, 아무튼 난리도 아니었어요.”





정비사는 오일 게이지를 쭈욱 뽑아 흰 헝겊으로 슥슥 닦아 낸 다음 다시 오일 게이지를 깊숙이 찔러넣었다. 잠시 뒤 다시 뽑아내 쇠막대기 끝에 묻은 오일 위치를 살펴보고는 다시 밀어넣었다.





“조그만한 친구가 왔었죠. 전화 받고 왔다고. 사무실에서 불렀나 보더라구요. 차량 정비 경험은 있냐고 물었더니 전혀 해본적이 없대요. 주차는 할 줄아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못한다는 거에요. 뭐 평소같았으면 받지 않았을 테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일단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보라고 했죠."



정비사가 운전석으로 가더니 시동을 켰다. 엔진룸에서 벨트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벨트 사이사이 새어나오는 소리를 유심히 듣는 듯 귀를 갔다 댔다. 벨트 사이에서 찌르르르 하고 새소리가 나자 점검판에 체크표시를 했다.



“기본 점검하는 법부터 가르쳤는데 이 친구가 어디서 일하는 걸 배웠는지 자세가 좀 되있더라구요. 현황표 보고 이것저것 말해주는데 보통 한번에 다 알아 듣는 친구는 없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바라지 않고. 어차피 일은 하면서 배우는거라. 근데 주머니에서 쪼끄만한 노트를 꺼내더니 말하는걸 깨알같이 막 적더라구요. 그러고는 곧잘 일을 하더라구요.”





리프트 기계를 작동하자 바닥에 숨어있던 차량 받침대가 차량 하부에 바짝 붙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무거운 쇳덩어리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쉽게 들어올려졌다.





“한 3개월은 정신없이 일했죠. 저희도 워낙 바빠서 간간히 밥먹고 했는데 친해질 계기는 없었구요. 그러다 리콜 물량이 해소가 됐는지 직영점에서 다시 일반차량 수리를 받기 시작하더라구요. 언젠가 사장님이 한번 오시더니 엔지니어들 고생 많았다면서 회식하라고 돈을 주시더라구요. 사장님이 센스가 있으신 분이라서 쏠 땐 또 시원하게 쏘시거든요. 그래서 알바생 포함해서 다같이 고기 먹으러 갔죠. 그날 분위기가 엄청 좋았어요. 다들 형 동생하고. 거기다 사장님이 알바생 중에도 계속 일할 사람은 일해도 좋다고 하셨어요. 왜 그렇냐고요? 매출이 많이 늘었거든요. 차량정비라는게 보통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직영점만 찾거든요. 아무래도 민간업체들은 부품 속이고 사기친다는 인식이 강하니깐. 근데 이런 계기로 한 두 번씩 찾아오면 인식이 바뀌거든요. 사실 직영보다 훨씬 싸고 괜찮죠. 저희가 아에 못 쓸 거 갖다 팔고 그러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단골손님 늘어나고 매상 오르고 전보다 좋아졌죠. 또 같이 고생했으니까 이런 게 좀 특별하게 기억에 남거든요. 아무튼 애들도 신나서 전부 사장님한테 술 한잔씩 드리고... 근데 그 친구가. 말을 잘 못 알아듣더라구요.”





오브라이언은 새로운 정보에 귀가 솔깃해졌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내성적인가 싶어서 편하게 있어라. 고생 많았다. 칭찬도 막 해주고 그랬거든요. 본인도 좋아하더라구요. 잘 웃고. 되게 착해 보였거든요. 근데 뭘 물어보면 말을 잘 못 해요. 여기 오기전에 뭐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이것저것 했다고 쉽게 말하면 될 것을 한참 고민하더니 어느 뷔페 가게에서 몇 개월 일했고, 어느 용역 업체에서 무슨 건설현장에 투입되서 몇 개월 일했다는 식으로 줄줄줄줄 읊는 거에요. 한참을 듣는데, 일은 많이 했긴 했더라구요. 근데 뭐 사실 그렇게까지 궁금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자기가 고생한 걸 어필할려고 그러나 싶어 그러려니 했죠.”





차량 하부에 녹이 슨 부분을 보자 구체 로봇이 날아와 사진을 찍어댔다. 컴컴한 부분에 플래시가 터지자 갈색 빛깔 끈적끈적한 기름 때들이 달라붙은 모습이 보였다.





“4달째 접어들어 정비소에도 여유가 좀 생겼죠. 날도 덥고 그래서 오후에 커피 한잔하러 가고 하거든요. 맨날 기름때만 씻어내고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커피가게 가는 길에 아가씨 구경도 하고, 콧구멍에 바람도 좀 넣고 하는거죠. 근데 이 친구가 잘 웃기는 하는데 말이 없어요. 뭔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거리고 웃는데 그러고 나서 반응이 없어요. 아니 원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해야 뭔가 좀 더 친해지고 그럴거잖아요? 근데 계속 말을 듣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으니까 금방 어색해지는 거죠. 말 안 할 때는 또 되게 쾡 한게 피곤해보이고. 처음엔 좀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뭔가 좀 불편해지더라구요. 피곤하냐고 물어보면 또 아니라고 하고. 그냥 뭐랄까. 억지로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우리 나이쯤 되면 알잖아요. 좋아서 하는건지 억지로 하는 건지. 뭔가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굉장히 피곤해 하는 것 같더라구요.”





리프트를 내리자 차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정비사는 밖으로 나가 점검표를 적더니 사무실에 갔다 주고는 다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몇 주 있다 그만뒀어요. 저희도 더 이상 사람 필요하지도 않았고. 일은 열심히 해서 성실하고 좋았는데 뭐랄까 같이 일하기에는 좀 답답하더라구요. 또 본인이 직접 나가겠다고 하니까 사실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그 뒤로는...  글쎄요... 연락은 없었던 것 같네요... 근데 그 친구 사고 쳤어요?”





정비사의 물음에 오브라이언은 특별할 것 없다는 냥 고개를 저었다. 정비사가 내뱉은 뿌연 담배연기가 맑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









“경계선 지적 장애라고 하죠.”





회색가디건에 보라색 넥타이를 맨 이마가 훤히 드러난 심리치료사가 검은색 뿔테안경을 접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외소한 체격에 매우 선한 인상을 가진 남자였지만 계속된 상담으로 심신이 지친듯 눈밑에 깊은 다크서클이 보였다.



“장애인이란 말인가요?”

“아니요. 이건 어디까지나 의학적인 분류일 뿐 복지부에서 분류하는 장애군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애 복지 혜택 또한 받을 수 없죠.”





그는 세텔라이트(구체 로봇)가 비추는 영상에서 의료일지를 읽어내려갔다. 에이프릴 또한 의료일지가 적힌 화면을 보았지만 의료용어가 많이 적혀 있어 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정상인의 지능을 100, 장애인 최소등급 지능을 70이라고 보면 이 사이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장애의 경우 언어구사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확실히 구분되어 질 수 있지만 경계선 장애는 좀 다릅니다. 쉽게 말해 애매한 거죠. 장애라고 보기에는 장애확정자 보단 너무 말을 잘 하구요 어떻게 보면 정상인에 가깝죠. 그런데...”





심리치료사는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눈동자를 굴리다 말을 내뱉었다.





“늦습니다. 모든 것이. 대답을 하고. 따라하고.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이 모든 행동을 배우거나 대응하는 데 말이죠. 가령 제가 당신이 사는 곳이 어떤 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라고 질문을 던질 경우 보통 사람들은 지역명과 함께 생각나는 것들을 이야기하겠죠. 신도시라 건물이 넓어서 좋다던지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던지 말이죠. 그런데 그들은 즉각 대답하지 않아요. 대답하기를 머뭇거리는 거죠. 물론 생각할 순 있죠. 어떤 질문에서든 남이 자신의 말을 왜곡해서 듣지 않으려면 해야 될 말을 정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나름이죠. 하지만 모든 질문에 대해서 다 그럴 필욘 없잖아요?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서 늦습니다. 질문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단 말이죠.”





심리치료사는 눈을 크게 뜨고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주제라는 듯이 말했다.





“사람들은 이런 느린 학습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머리가 나쁘다. 네. 정확한 표현입니다. 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는 다양하게 쓰일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어떤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혹은 속도이죠. 이해가 느리면 머리가 나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있습니다. 머리가 나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아니라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을 겁니다. 당연히 머리가 나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직접 말하는 멍청한 사람은 없겠죠. 그건 만 천하에 나는 타인을 이해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다라는 것을 버젓이 알리는 셈이니깐요. 그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어떤 시점에서 사람은 머리 나쁜 사람을 잘못된 것이라고 싫어하는 대상이라 판단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제가 경계선 지능 장애의 정의가 뭐라고 했죠? 이해가 늦다는 겁니다. 네. 바로 그겁니다! 남이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사람들의 노골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겁니다! 그렇게나 머리가 나쁜 것을 이해하는 척 알아주는 척 온갖 위선을 떨다가도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금새 그런 태도가 사라지는 겁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런 사람들의 위선이? 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위선이 아니라고 말하죠. 혹은 잘되라고 다그치는 것이라 변명을 늘어놓죠.”





그는 상기된 듯 얼굴이 붉어졌다. 머리가 훤히 벗겨진 턱수염 난 비서가 상담실 문을 열고 한참 전에 주문했던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의 눈알은 벌써 해골을 탈출해 탁자 위를 데굴데굴 굴렀을 것이다.





“경계선 지능 장애를 복지군에 포함한다구요? 가당치도 않은 소리 마시죠. 말씀드렸듯이 경계선 지능 장애라는 것은 그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모호하다는 말이 뭐겠어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확실하게 이것은 장애다라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에요. 만약 모호한 기준을 법의 테두리 안에 두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변호사 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이 장애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너도 나도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테니깐요. 왜 사람들이 장애인이 되길 원하냐고요? 당연히 돈이죠. 뭐겠어요? 장애인 등록만 되면 평생 일하지 않고도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데 누가 기를 쓰고 되려고 하지 않겠어요? 누가 그렇게 까지 하냐고요? 정말 순진하시군요. 제가 정신과 상담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째입니다. 그 동안 숱한 환자들을 봐왔지만 그 중에 진짜 정신이상자가 몇이나 됐을 것 같나요? 여기 손가락 보이시죠? 이 안에 있는 게 다입니다. 진짜 정신이상자는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는단 말입니다. 이 곳에 오기도 전에 이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니깐요. 대다수는 자신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제 소견서를 받기 위해 온 거짓나부랭이들이었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심리치료사는 목이 탄 듯 비서가 가져온 얼음이 둥둥 뜬 아이스커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저는 그런 거짓나부랭이들을 위해 맹세코 단 한번도 소견서를 써 준 적이 없습니다. 이래봬도 전 노동을 신성하게 여기는 사람이거든요. 일 하지 않고 공짜 점심만 바라는 사람들에겐 절대로 협조해 줄 수 없는 것이죠. 쇼펜하우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그 고통을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겁쟁이에 불과한 것이죠!”





그럼 경계선 지능장애도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인지 묻자 그는 유리잔에 든 녹지 않은 얼음 하나를 꺼내 입으로 가져가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은 뒤 천천히 말했다.





“전 개인적으로 사람은 각자 쓰임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장애인이라고 해도 말이죠. 장애라는 것이 모시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쓰임이 있는 곳을 찾도록 도와줘야 된다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아직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인거죠.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 구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게 사람들이 해야 될 일이 되겠죠.”





심리치료사는 자신의 장엄하고 위대한 연설이 끝났다는 듯 머리를 꼿꼿히 세우고 탁자 위에 놓인 안경을 가져다 쓰더니, 곧 일어나 뒤에 있던 자신의 책상으로 천천히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책상위에 놓인 서류들 중 하나를 꺼내 한장씩 넘기며 훑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는 듯했다.





에이프릴은 그도 장애소견서를 받기위해 여길 찾았었는지 묻자 그는 그저 평범한 젊은이였을 뿐이었다고 대답을 하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도와 줄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