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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13. 재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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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즈바





할츠부르크의 재즈바 ‘플라잉 볼’에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어두운 실내 조명이 바 안을 비추었고 2명의 바텐더는 양 옆을 번갈아 가며 손님들에게 얼음과 술이 담긴 유리잔을 건네 주었다. 가슴이 푹 파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 그녀의 가슴과 눈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파는 남자. 커다란 시가를 한 모금 빨아 뿌연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턱수염 난 남자. 테이블 한 가운데 놓인 유리잔 속에 담긴 촛불. 삼삼오오 떠들어대는 사람들. 그리고 무대에는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뭘로 드릴까요?”





바텐더가 긴 코트를 입은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병맥주를 주문했고 바텐더는 유리잔과 병맥주를 남자 앞에 가져다 주었다. 맥주 뚜껑을 따 유리잔에 맥주를 따르자 거품이 올라오며 탄산가스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온도에 잔 밖에 물기가 서렸다. 그는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피를 입에 물며 바텐더에게 재즈 밴드에 대해 물었다.





바텐더는 수 많은 밴드가 가게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완 맥클레인에 대해 물었고 바텐더는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10년도 더 넘은 일이니 여기서 가장 오래된 사람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바텐더는 잠시 생각하더니 오늘 연주하는 밴드 중에 여기서 가장 오랫동안 연주한 색소폰 연주가가 있으니 어쩌면 그들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앤더슨이 그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자 바텐더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앤더슨은 주머니에서 은빛 리볼버 권총을 보여주며 재차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바텐더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주방과 바를 오가던 젊은 직원을 불러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사이 무대에는 한 여인이 중앙에 비치된 마이크로 향했다. 여인은 등이 허리까지 파인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조명에 비친 그녀의 갈색빛 단발머리 사이로 찰랑거리는 은빛 귀걸이 줄이 빛났다. 그녀가 무대 중앙에 서자 음악이 멈췄다. 짙은 화장을 한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다정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토마토 좋아하세요? 전 토마토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샐러드를 만들때도 넣구요, 슬라이스로 설탕을 뿌려먹기도 하구요, 또 케찹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토마토는 과일일까, 아니면 채소일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웃음) 과일인가요? (관객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채소? (또 다른 관객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 저기 끝에 계신 분이 굉장히 자신있게 '야채' 외치셨어요. 야채랑 채소 같은 말인 건 아시죠? (웃음) 미국 대법원에서 토마토를 '채소'라고 판결을 내렸답니다. 그 이유가 굉장히 재미있는데요. 이유는 '토마토는 밥 먹은 후에 먹는 후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식사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채소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때요? 황당한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전 고민에 빠졌습니다. 전 토마토를 식사할 때도 먹고, 후식으로도 먹기 때문이죠. 한참의 고민 끝에 저는 토마토를 '과일채소'라 새로이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고래상어' 같은 거죠."





클라라가 어깨를 으쓱대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을 짓자 관객들이 재밌다며 웃었다.





“오늘도 좋은 밤이네요. 좋은 노래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첫 곡은 Stacey kent의 This Happy Madness 입니다. ”





무대는 다시 어두워지며, 조명이 클라라에게만 환하게 비춰졌다. 뒤에서 피아노가 천천히 반주를 시작했다. 이어 마이크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아까까지만 해도 재치있게 농담을 하던 여인에게서 전혀 다른 음색이 흘러나오자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인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그녀의 노래는 조용하게 마음 속 깊이 파 묻혀 있던 각자의 아련한 추억을 꺼내 머리 위로 상기시켰다. 그 추억은 그녀의 노래를 만나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연출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온 사방으로 퍼져 사람들을 뒤에서 감싸 안았다. 노래의 템포가 점점 빨라지며 사람들의 어깨는 박자에 맞춰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수줍은 듯 몸을 살짝 흔들며 미소지었다. 사람들은 미소 짓는 여가수의 매혹적인 몸짓에 홀린 듯 눈이 풀린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했다. 그리고 노래 부르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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