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22. 아버지
22. 아버지
[앨버트의 회상 시작]
아이가 트럼펫을 들었다. 마우스 피스에 작은 입을 대고 두 볼이 빵빵해도록 바람을 불어 넣었다. 트럼펫에서는 관을 통해 흐르는 바람소리만 들렸다. 문을 열고 맥클레인이 들어왔다. 그는 사물함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트럼펫을 열심히 불고있는 아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부터 트럼펫 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자신도 그랬고, 자신의 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아들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아이가 그를 보며 웃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아이가 트럼펫을 건넸다. 그는 아이에게 자신의 팽팽해진 윗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마우스 피스에 입술을 갖다댔다. 그리고는 긴 호흡으로 바람을 불어 넣자, 조그만 금속 악기에서 얇지만 강한 트럼펫 소리가 퍼져 나왔다. 빈 공간 속 정적을 깨고 트럼펫 소리는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남자가 트럼펫에서 입을 떼자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커다란 눈망울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이가 다시 트럼펫을 입에 갖다 대자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술을 좌우로 길게 늘어뜨리며 아이에게 따라하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아이는 조그마한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남자는 검지손가락을 입술 앞쪽에다 갖다놓고는 그곳을 향해 바람을 불었다. 아이도 작은 손가락을 입술 앞에 갖다 대고 바람을 불었다. 길게 늘어졌던 아이의 입술이 어느새 툭 튀어나와있었다.
둘은 말 없이 계속 손가락을 향해 바람을 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남자는 다시 트럼펫을 아이의 입가에 갖다 대었다. 처음에는 손가락 너비 만큼. 아이의 입에서 나온 바람이 빈 공간을 타고 금속에 닿는다. 점점 더 가까이. 그러다 마침내 아이의 입술에 살며시 마우스피스를 갖다 대었다. 아이가 바람을 불자, 바람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트럼펫 음이 새어나온다. 아이는 계속해서 바람을 분다. 희미했던 트럼펫 음은 점점 더 굵게, 그리고 또렷해지더니 어느새 그를 둘러싼 공간 전체로 넓게 울려퍼졌다.
맥클레인은 아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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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는 고븐 힐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트럼펫을 연주했다. 문득 어린 시절 트럼펫을 가르쳐 준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는 멍하니 피스톤을 누르며 연주를 이어갔다. 앨버트는 왜 그의 아버지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나와 사는지 알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펫으로 연주한 음악과 아름다운 선율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났을 때 그를 향해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그 희열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는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이 흥분되어 있었다. 그는 언젠가 수백만 관객들이 모이는 큰 무대에서 트럼펫 연주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정말로 그런 큰 무대에 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어느날 경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집에 온 어머니는 그의 유품이라며 종이박스 한 상자에 담겨진 옷가지와 녹이 슨 트럼펫을 가져왔다.
그는 그의 꿈을 이루었을까.
[앨버트의 회상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