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e]_제 3 화 『 집단감염 』_29. 집결지
29. 집결지
다음날 에이프릴팀은 무르만스크에서 가장 넓은 지역인 3군 제 1 집결지에 도착했다. 3군은 총 다섯 구역으로 집결지를 배치해 그 곳에 보급소를 설치했고, 헌터들은 그곳에서 작전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집결지에는 남부 헌터들과 기갑부대로 북젹였다. 막사가 한참 모자랐는지 시청 직원들이 무거운 자재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도착한 헌터들은 포터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 거렸고, 어떤 이는 자신이 지낼 막사를 찾아달라고 떼를 썼다. 첫날부터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껴 어두웠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했다.
“반갑습니다. 기갑부대 3중대장 무스하이거입니다. 먼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무스하이거는 150명이 넘는 헌터들 앞 강단에 서서 말했다.
“작전 설명에 앞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이곳 3군은 인구수 약 5백만 정도로, 무르만스크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역방위본부에서는 이 곳 3군에서만 약 50만 정도에 이르는 광인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 교통, 통신 수단은 단절된 상태이고, 민간인들은 광인들에게 둘러 쌓여 건물 안에서 30일째 격리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인이 민간인과 섞여 있어 대량 살상 무기는 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곳 제 1 집결지를 중심으로 도심 곳곳에 퍼져있는 광인들을 처리하는 한편, 민간인들에게 적시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이미 지역방위군과 2차 지원 부대가 각 전초기지에 배치되어 임무를 수행 중에 있으며, 여러분은 그들과 교대해서 계속 정화작업을 수행할 것입니다. 현재 3군의 정화율은 60% 수준이며 속도가 빨라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3차 지원부대는 최종 정화를 목표로 모든 화력을 총 동원할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도 단기간 내 임무를 끝내고 무사히 돌아가실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이 되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일 작전 계획은 각 부대에 배치된 기갑부대장들을 통해 전달 될 것입니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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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팀은 보급소에서 받은 무기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슈프리머가 손에 쥐고 있는 권총은 말콤 사(社)에서 제작한 9mm 반자동권총으로 반동제어장치가 장착되어있어 한 손으로도 연사가 가능한 우수성 때문에 군부대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널리 유통된 범용품이었다. 그는 탄창을 집어 넣고 오른쪽 허리 위쪽에 있는 총집에 권총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빈 탄창 주머니에 여분으로 받은 탄창을 집어 넣었다. 오브라이언도 소총에 20cm 길이의 긴 탄창을 밀어넣고는 탄창조끼에 추가로 여분을 밀어 넣었는데 탄창 주머니가 꽤 많아 답답해 보였다. 에이프릴은 방호복 가방을 열어 팔 덮개를 한 쪽 팔에 고정시켰다.
“와, 에이프릴! 멋진데? 로보캅 같아.”
“와, 정말? 넌 걸어다니는 수류탄 같아.”
슈프리머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입으로 막으며 썩은 표정을 짓는 오브라이언을 보고 웃었다. 상대의 주무기는 총알이 아닌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찰과상을 걱정해야 했기 때문에 온 몸을 덮을 수 있는, 가볍고 잘 찢어지지 않는 특수소재로 된 방호복이 보급되었다.
“군인들은 이런 좋은 것들만 갖고 싸우니까 잘 안 죽지. 우리 본부는 가난하니깐 맨날 얘들이 몸으로 떼우다 죽는거 아니겠냐?”
“그럼 군인해.”
“안해. 여자도 못 만나고 술도 못 먹는데 무슨 재미로 살아?”
“여자 만나긴 하는 거야? 집적대는 거 밖엔 못 봤는데?”
에이프릴의 말에 이번엔 슈프리머가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고, 오브라이언이 슈프리머를 보며 낄낄대며 웃었다.
“근데 저 사람은 뭘까?”
에이프릴이 쳐다보는 곳엔 한 남자가 사람들을 우루루 몰고 다녔다. 그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흰색 정장에, 금색 올백 머리가 빛이 났고, 집결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마치 선거유세를 하러 나온 정치인처럼 악수를 청했다. 남자의 손을 잡은 사람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남자는 어깨를 탁 치며 듬직하다고 평해주는 듯 했다. 그를 경호하는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을 몸으로 밀쳐냈다. 이윽고 그의 무리가 여러 사람을 거쳐 에이프릴에게 왔고, 남자는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에이프릴을 보자 재밌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다가왔다.
“오우\~ 정말 놀랍군요! 우리 지원군에 이런 아리따운 여전사 분이 계셨을 줄은...”
남자의 능글능글한 말에 에이프릴은 또 다른 도라이가 나타났다는 듯 썩은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골든타워의 시장, 빅터 입니다.”
그는 자신이 무르만스크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가장 중심부인 골든타워 만을 콕 집어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 여성분께서는 어디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휴스턴”
“아, 휴스턴. 먼 남쪽에서 저흴 위해 와 주셨군요. 정말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어제 묶으셨던 숙소는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군요. 부대에서 여러분을 인근의 저급한 모텔로 안내한다는 것을, 제가 특별히 지시해 골든 타워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로 안내드렸습니다. 저희 도시를 더러운 광인놈들에게서 구원해 주실 분들인데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쇼. 세계의 중심, 황금의 도시, 골든타워의 시장인 저, 빅터는 여러분들과 언제나 함께있으니깐요. 하하하하.”
빅터는 여성 앞에서 자기 과시를 주체못했다. 정치꾼이란 하나같이 똑같게도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환심을 살 수 있는 상황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곳에 편승해 시선 샤워를 받으려 했다. 그것이 진심이건 거짓이건 또는 그들이 사랑을 받건 사랑을 받지 않건(물론 반대여론을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그런 정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모두가 주목하는 순간에 그 시선을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돌려, 자신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부각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1소대! 1소대! 자! 장비 다 챙기셨으면 빨리 작전실로 모이세요!”
소대장을 맡은 파머가 느릿느릿 장비를 챙기고 있는 헌터들을 다급하게 보챘다. 그는 전날 기갑부대장인 닉에게 찾아가 뭔가 통계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만장일치로 소대장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닉은 그의 계속된 주장에 진절머리가 나 오브라이언과 이야기해보라며 발을 뺐고, 오브라이언을 찾아간 파머는 그에게 소대장 자리를 양보해줄 것을 말하자, 오브라이언은 파머의 어깨를 치며 잘 부탁한다고 흔쾌히 말하고는 작전실을 나가 카지노가 있는 호텔 로비로 향했다.
“1소대로 배정받은 기갑부대장 닉입니다. 우리는 2, 3소대와 같이 제 4 전초기지를 맡게 될 겁니다. 작전은 매일 2개 소대가 각기 다른 곳으로 움직입니다. 설명을 들으셨겠지만 민간인 보급품 지원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작업이 굉장히 더디게 느껴지실 겁니다. 뭐, 정부에서 보급품이 따박따박 나온다면야 문제 될 건 없겠죠. 진짜 문제는 … 바로 이건데…”
닉은 세텔라이트를 켜 화면을 펼쳤다. 광인들과 교전 중인 장면이 나왔는데, 멀리 보이는 건물 사이에서 광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점점 화면 전체를 까맣게 물들일 정도로 수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을 「버스트(burst)」라고 표현합니다. 꼭 한 부분이 터져서 광인들이 줄줄 세는 것을 뜻하죠. 앞서 지원부대들이 전멸하다시피 한 것도 바로 이 떼거지 같이 터져나오는 광인 무리들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쪽에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디서 숨었는지 놈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순식간에 포위 될 겁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글쎄요.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조건 도망쳐야죠.”
닉이 세텔라이트를 끄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이미 화면을 본 헌터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들은 스스로 이렇게 많은 수의 광인을 상대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뭐, 상황은 대충 이렇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야 저보다 젊고 전투기술도 훌륭하실 테지만 막상 작전을 나가보시면 박진감 넘치게 싸울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일정이 계획대로 안 될 때도 많습니다. 정화 작업도 중요하지만 보급품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죠. 생각보다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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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느덧 어둑해졌다. 제 1 전초기지와 제 2 전초기지로 배정된 소대들은 이미 집결지를 떠났고, 제 5 전초기지 사람들도 슬슬 움직일 준비를 했다. 헌터들은 긴장했는지 밖에서도 거의 말이 없었다. 아마 다들 간부들이 보여줬던 전투현장을 곧 실제로 보게 될 것 같아 걱정하는 듯 했다. 멀리서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에이프릴이 담배를 폈다.
“뭐야? 벌써 프라모가 그리워졌냐?”
혼자 담배를 피고 있는 에이프릴을 향해 오브라이언이 다가왔다. 오브라이언은 담배를 한 대 물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라이터를 찾다가 에이프릴을 쳐다봤다. 에이프릴은 오브라이언을 한번 힐끔 보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손을 쭉 뻗어 불을 켰다. 땅거미가 져 어둑한 공간 안에서 빨간 불빛에 담배가 타들어갔다.
“젠장. 어제 그렇게 진탕 놀았더니... 적응 안되네.”
오브라이언은 한 손으로 뒷목을 쓸며 말했다.
“광인 말이야.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에이프릴이 말했다.
“뭐야? 쫄았냐? 짜식. 너도 쪽수 앞에선 별수 없구나.”
오브라이언이 기다렸다는 듯 에이프릴의 말을 받아치자, 에이프릴이 그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멀어져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을 다시 집결지에서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