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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_제 3 화 『 집단감염 』_30.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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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임무





“녀석이 못 생긴 얼굴을 내 코앞까지 들이댄거야.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였지.”





프링글이 으르렁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그때 갑자기 주머니에 있던 이어폰이 생각나더군. 그래서 이어폰을 냅다 그 놈 귓구멍에다가 꼽았지. 그랬더니 이 놈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거야. 이때다! 싶어 내가 음악을 트니까 놈이 몸을 빌빌 꼬며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거야. 이렇게… ”





프링글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꼬아대자 아이들이 웃었다.





“그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광인이 춤추는 모습이었지. 정말 돈 주고도 못 볼 구경이었다고. 우리에겐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이었지만 귀가 발달한 놈에겐 그게 고문이었던 게지. 세상에 별별 사람들이 많은 만큼 별별 광인들도 다 있더구만”





프링글이 덱스터(청각이 발달한 광인)와의 전투를 이야기하는 동안 그들은 자동차로 막힌 고가 도로 위를 지나고 있었다.





“저길 좀 봐. 멋진 경치군.”





멀리 보이는 스카이 라인은 사람이 없는 고요한 도시 속에 더 아름다웠다.










이미지








도시 초입에 이르자 넷은 경계태세를 취했다. 그들이 배정 받은 지역은 미정화된 구역으로, 민간인들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그들이 직접 보급품을 전달해야 했다. 4층 정도 되는 건물들 사이로 차들이 아무렇게나 주차되어있어 가는 길을 막았다. 건물 외벽 창문은 깨진 곳이 많았는데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깨진 틈 사이로 그들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화 구역의 건물은 하나 하나가 포장을 뜯지 않은 택배상자와도 같았다. 그 안에는 광인이 있을 수도 있었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앞장서 걷던 프링글이 한 손을 올려 잠시 멈춤을 알렸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1톤 탑차 주변에서 배회하고 있는 광인이었다. 광인은 무리를 잃은 듯 주변을 배회하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프링글은 자세를 낮추고 어깨에 메고 있던 저격총을 꺼내 광인을 겨냥했다. 확대기로 보이는 광인은 옷이 더러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람 맛을 보진 못한 듯 핏자국이 묻어있지는 않았다. 프링글은 호흡을 멈추고 총으로 머리를 겨눴다. 광인이 잠깐 동작을 멈추는 찰나에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





주변이 조용했기 때문에 총소리는 크고 우렁차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광인이 맥없이 풀썩하고 쓰러지자 빨간 장대 봉을 메고 있던 소년은 재빨리 일어나 광인 쪽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프링글은 소년을 말리며 잠시 기다려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건물 사이로 광인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링글이 쏜 총소리에 반응한 듯 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길가에는 9명의 광인이 쓰러진 사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추가적인 광인이 나타나지 않자 프링글은 저격총 끝에 소음기를 빙글빙글 돌려 끼우면서 브라켓에게 왼쪽을 맡으라고 말하고는 오른쪽에 세워진 승용차 위로 올라가 한쪽 무릎을 꿇고 광인들을 향해 조준했다. 브라켓 역시 왼쪽 탑차 위에 자리를 잡았다. 프링글이 신호하자 둘은 신속하게 광인들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오랜 전투에서 비롯된 그들의 모습은 한 발의 오발도 없이 1분도 안되어 9명의 광인을 모두 쓰러뜨렸다.





아이들은 늙은 헌터들의 사격 솜씨에 감탄했다. 프링글은 확대기에서 눈을 떼며 어깨를 으쓱대고는 승용차 아래로 내려갔다. 넷은 누워있는 시체들 쪽으로 걸어가 유심히 살펴보았다.





“전부 반광인 상태(기형적인 모습의 완전체와 달리 아직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상태)군.”





브라켓이 쭈그려 앉아 죽은 여인의 시체를 보며 말했다. 윌은 자기 또래 정도 되는 아이의 시체를 말없이 내려다 보았다. 프링글은 소년이 너무 깊은 생각에 들지 않도록 자리를 이동하자고 말했다.










**************








그들은 마을에 진입한 지 한 시간째 같은 자리만 빙글빙글 돌았다. 목적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네비게이션이 목적지 안내를 마친 뒤 주차장 입구를 찾기 못해 건물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주문서에는 ‘로모노소바 7번가 130’라고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건물의 외관은 묘사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이 길을 헤매고 점점 더 골목으로 파고들수록 건물 숲으로 둘러쌓여 광인에게 포위당할 것만 같았다.





“저기에요. 130!”





윌의 친구 로앤이 하얀 손으로 키가 큰 건물 사이에 낀 땅딸맞은 둥그런 지붕의 건물을 가리켰다.





“대단한데? 눈이 좋구만.”





프링글이 로앤을 칭찬하자 아이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들이 찾은 건물은 3층 높이의 단독 햄버거 가게였다. Drive thru 형태로 주차장과 자동차가 지나가며 주문 할 수 있는 길이 나 있었다. 유리창이 많이 나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지만 사람이 보이지는 않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반대편 끝에서 깨진 유리창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렸다. 전원이 꺼진 키오스크 세 대가 우두커니 서 있었고 주문 받는 곳과 뒷편 조리장은 햇볕이 닿지 않아 어두컴컴한 것이 꼭 광인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우리가 너무 일찍 온건가?”





브라켓이 주문서와 시계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시계는 주문서에서 가리키고 있는 시간 15시가 되기 2분 전이었다.





“어쩔 수 없지. 연락 할 방법이 없으니 기다려보는 수 밖에. 나는 포테이토와 콜라로 주문해주게.”





프링글이 쓰러진 의자를 바로 세워 앉아 테이블 위에 두 다리를 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브라켓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프링글은 혓바닥을 내밀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자 아이들이 웃었다. 브라켓은 계단을 올라 윗층으로 가보았지만 그들 외엔 아무도 없는 듯 텅 비어있었다.










**************








그들이 목적지에 도착한 지 30분이 지날 즈음 길거리를 배회하는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다급하게 두리번거렸는데 아마도 자신들을 찾고 있는 듯 했다.





“이봐! 여기!”





프링글이 문을 열고 남자에게 소리치자, 남자는 프링글을 보며 뛰어왔다. 한참을 찾고 있었는지 남자의 이마에 땀이 송골 송골 맺혀있었다.





“시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그렇소”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남자는 이제 살았다는 듯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저는 필립이라고 합니다.”
“프링글이오. 그런데… 혼자 온 거요?”
“아, 아닙니다. 반대쪽 블록 건물에 다른 분들도 있습니다. 아, 쪽지는. 그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생각나는 건물이 여기뿐이라 그랬습니다. 막상 여기서 기다리려니 노출이 심해서요. 그래도 무사히 만나게 되서 정말 다행입니다.”





본부에서 민간인 보급품 지원을 위해 미정화 지역에 무작위로 드론을 날렸는데, 드론을 발견한 사람들이 최초로 보급품을 받을 장소를 쪽지에다 적어 드론에 붙였다.





“가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남자는 그들을 데리고 사람들이 모인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5명의 남자들이 있었는데 며칠을 굶었는지 얼굴이 안되어 보였다.





“기다리시오. 보급품 드론을 부를 테니.”





프링글은 밖으로 나가 본부에 무전을 보냈다. 30분 정도 지나자 대형 드론 2기가 보급품을 싣고 나타났다. 남자들은 프로펠러를 윙윙거리며 날아오는 드론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드론이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얼른 보급품을 풀어 식량과 생필품을 구역별로 나누었다. 프링글은 필립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그에게 담배를 한 대 권했다.





“그러니까 한 달 전쯤 됐을 겁니다. 콜스키 부근에서 집단 광인 사태가 발생했다고 뉴스에서 나오더군요. 인근 갱단 사이에 알력다툼이 원인이었다구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들은 늘 있어 왔으니깐요. 그런데 며칠 뒤 근처 화학공장이 폭발했을 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마치 전쟁터 같았죠. 광인을 직접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도망치던 사람을 덮쳐 목을 물어뜯는데… 그 충혈된 눈을 마주쳤을 땐 온 몸이 굳어버렸어요. 그는 성난 야수와도 같았습니다. 저한테 달려들까 겁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달리는 방향으로 저도 미친듯이 도망쳤죠. 그런데 사방에서 광인들이 튀어나오더군요. 그것도 엄청난 수로요! 세상의 종말을 보는 듯 했습니다. 길거리가 순식간에 광인들에게 둘러 쌓여 버렸죠. 모든 게 멈춰버렸습니다. 거리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굳게 잠궜죠. 모두 숨어서 자치군이 와주길 기다렸죠. 2주 정도가 지나자 정말로 자치군이 탱크를 몰고 오더군요. 밖에서 총포소리와 광인들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저흰 이제 살았다 싶었죠. 자치군은 저희 동네를 지나 계속해서 옆동네로 전진하더군요. 저흰 광인들이 다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나왔죠. 그렇게 이틀이 지났죠.”





필립은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





“동생 내외가 걱정이 되서 갔었는데, 하… 동생의 아내가… 제 동생 배를 뜯어먹고 있더군요. 광인으로 변해버렸던 겁니다. 그녀가 절 보자마자 달려드는데. 미친 개처럼 저를 막 물려고 하더군요.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게 끝난게 아니었습니다.”





필립이 다시 담배 한 모금을 피웠다.





“광인들이 다시 나타나더군요.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 다시 광인들이 넘쳐났습니다. 저희를 지나쳤던 자치군은 그 뒤로 소식이 없었죠. 절망적이었습니다. 집에 먹을 것도 다 떨어졌고, 전기며, 수도며 모든 게 다 끊어졌습니다. 옆집에 사는 토미가 집에 먹을 게 떨어졌다며 저보고 같이 음식을 구하러 나가자고 하더군요. 광인들을 피해서요. 위험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 광인이 아니어도 그대로 있었으면 살아있는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었을지도 모르죠. 인근 식료품점은 죄다 털렸더군요.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아까 그곳 햄버거 매장이었습니다. 창고에 재료가 남아있지 않을까 했던거였죠. 그러다 지나가던 드론을 발견하게 된겁니다.”





필립은 다 태운 담배를 털었다. 그는 죽은 동생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듯 괴로운 얼굴이었다. 프링글은 뭐라 위로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딱한 사정을 가진 것은 아마 그 뿐만은 아닐 것이다. 둘이 안으로 들어오자 남자들은 몸에 가방을 여러 개 둘러메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들은 팔과 어깨는 물론 심지어 목에까지 두세겹으로 보급품을 담은 비닐을 묶어 매달았는데 너무 무거워 고개를 잘 들지도 못했다. 너무 안스러워 보였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직접 뛰는 것 외엔 가져다 줄 방법이 없거든요.”





그들은 광인 사태가 터지자 지금껏 계속 동네 생필품을 이런 식으로 나르고 있었다. 다들 원래 직업이 배달부는 아니었지만, 지금 이 시국에는 배달부보다 더 필요한 직업은 없었다.





“이건 근거리 통신 장비요. 앞으로는 이 장치를 통해 본부와 연락 할 수 있을 겁니다.”





프링글이 필립에게 보청기처럼 조그만한 장치를 건네 주었다. 필립은 고맙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프링글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필립이 그들을 보며 뭔가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 한 눈빛을 보였다. 프링글이 뭔가 더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묻자 필립은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에 환자가 있는데 건너 단지에 있는 의사를 좀 불러 줄 수 없냐고 말했다. 건너 단지로 가는 길에 광인들이 막고 있어 도저히 자신들은 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프링글은 흔쾌히 수락했다. 필립이 그들에게 생수통을 주며 말했다.





“예전에 그 의사분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뭔가 물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절대 지역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거나 사용하지 마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