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e]_제 3 화 『 집단감염 』_37. 전투
37. 전투
[두두두두!!!!]
[펑!!!!]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고막이 찢어질 듯 울렸다. 사정없이 짖어대는 기관총에서 뜨거운 탄피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광인들에게 포위당한 코랄지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본대로 합류하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위치를 예측할 수 없이 튀어나오는 광인들에게 퇴로가 막힌 각 소대는 광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아아악!!!”
헌터들은 몸을 날려 덤벼드는 광인들에게 사정없이 물어뜯겼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의를 상실한 헌터들은 뒷걸음질 치다 총을 던지고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몇몇은 도망치다 광인들에게 뒤를 잡혀 사지가 찢어졌다. 건물 안으로 도망친 헌터들은 구석에 숨어 쭈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었다.
[화르륵!!!]
“끄아악!!!”
장갑로봇의 화염방사기가 뜨거운 화염을 토해냈다. 온몸에 불이 붙은 광인들은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해 몸을 비틀거리며 괴성을 질렀다. 옆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데 여념이 없던 헌터들은 불타는 광인들에게 부딪혀 화상을 입었다. 화염방사기는 막강했지만 광인들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불이 붙은 채 장갑로봇으로 돌진한 광인들은 조종실 유리덮개를 머리로 부딪혀 손상을 내기 시작했다.
“안 돼! 그만해! 그만하라고!”
조종실에 있던 기갑부대원은 광인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뒤따라온 광인들도 덩달아 장갑로봇의 팔과 다리에 달라붙었다. 광인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압도적인 숫자에 밀려 장갑로봇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광인들은 유리덮개를 박살 내고 조종실에 타고 있는 기갑부대원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사방에서 피가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본대! 본대! 여기 9소대! 우린 고립됐다! 지금 당장 지원 바란다! 다시 말한다! 본대! 본대! 우린 고립됐다! 젠장! 듣고 있나!!!”
본부의 무전기는 각 소대에서 들려오는 지원 요청 소리로 시끄럽게 울어댔다. 하지만 무전 장비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아무도 있지 않았다. 본대에서도 밀려오는 광인들을 쳐내는 데 정신이 없었다. 3군 군단장인 무스하이거는 양손에 전기톱이 달린 장갑로봇으로 광인들을 보이는 대로 두동강 냈다. 그의 유리덮개는 온통 광인들의 피로 더럽혀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군단장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간 다 죽습니다!”
“후퇴? 어디로 간단 말인가? 3군의 주력 부대가 우리인데! 우리 뒤에는 민간인들밖엔 없어! 우리가 그곳까지 간다면 모두가 다 개죽음이야!”
“아직 후방에 1, 2, 3소대가 있습니다! 지원 요청을 하셔야 합니다!”
“이미 했다고! 버텨! 무조건 버텨야 돼!”
보좌관이 뭔가 이야기를 더 하려고 했지만, 군단장은 광인에게 뚫린 왼쪽 전방 라인을 향해 기합을 넣으며 곧바로 달려가 버렸다.
**************
“젠장, 이 자식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튀어나오는 거야?”
4층 건물 발코니에서 슈프리머는 밀려오는 광인 무리를 향해 무차별하게 총을 난사했다. 코랄과 시호 경계선 피난지대에 있던 1, 2, 3소대는 본대의 지원 요청을 들었지만 갈 수 없었다. 이미 피난지대에서도 광인들이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슈프리머, 거기 경치 어때?”
“넌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니? 나 완전 포위됐다고!”
슈프리머의 총에 맞아 죽은 광인의 시체가 길목을 막을 정도로 쌓이자, 달려오던 광인들은 총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자신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 슈프리머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광인들은 방향을 틀어 슈프리머가 있는 건물로 달려갔다. 건물 입구는 진즉에 가구 등으로 막아 놨지만, 엄청난 광인들의 숫자에 못 이겨 얼마 안 가 입구가 박살 나 버렸다. 광인들은 괴음을 지르며 슈프리머가 있는 4층까지 올라왔다.
“쳇. 여기도 작별인가.”
슈프리머는 안주머니에서 소형 찍찍이 폭탄을 꺼내 벽에다 붙였다. 광인들이 문을 부수고 슈프리머를 향해 달려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밖으로 내던졌다. 곧 그는 한 손에 들렸던 제트보드 위로 안착했고, 제트보드는 날렵한 엔진 소리를 내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광인들은 발코니에 갇힌 채 날아가는 슈프리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슈프리머가 명령어를 내리자 벽에 붙어 있던 폭탄이 터지며 큰 화염 폭발과 함께 광인 무리들이 터져 버렸다.
“오비! 어디 있는 거야?”
“난 지금 광인 몰이 중이시지!”
오브라이언은 비행 모드로 바뀐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뒤따라오는 광인 무리를 피해 큰길을 따라 비행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자동 주행 모드로 바꾼 채, 왼쪽 어깨에 거대한 바주카포를 들고는 따라오는 광인 무리를 향해 조준했다. 타겟 표시가 깜빡이자 그는 지체 없이 포를 발사했고, 미사일은 정확히 광인 무리의 한가운데 꽂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한 번에 30\~40명 정도 되는 광인들이 오브라이언의 바주카포에 몸이 터져 버렸다.
“오브라이언! 당신을 쫓던 광인 일부가 민간인 지역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엘리시아가 경보를 알리자 오브라이언은 곤란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
“으아악. 저리 가.”
광인들이 민간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사람들은 광인에게 붙잡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쓰러졌다. 마치 사자에게 목덜미를 물린 노루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아이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아이를 안은 채 눈을 가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광인의 습격에 정신이 나가 버렸다. 어떤 사람은 광인이 건물 안으로 밀고 들어오자, 당황한 나머지 자신이 있던 층수가 높다는 사실도 잊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도망을 치다 코너에 몰린 남자는 바닥에 있던 쇠파이프를 쥐고는 달려오는 광인의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를 맞은 광인은 쓰러졌지만 기절하지 않고 곧장 일어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어떤 사람은 철창문을 타고 넘으려다 발이 붙잡혀 뒤로 넘어졌다. 보급품 상자를 들고 달리던 사람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상자를 광인에게 던졌다. 바닥에 약품과 식량이 쏟아졌다.
건물 안에서 떨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여자아이가 말했다.
“우리도 나가야 해. 겁먹지 말고 나만 보고 뛰는 거야.”
아이는 비장한 얼굴로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아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여자의 손을 잡고 문 앞으로 가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밖은 도망치는 사람들로 난장판이었다.
아이는 재빨리 여자와 함께 사람들이 달리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광인들의 괴음 소리가 들렸다. 둘은 점점 더 빨리 달렸다. 숨이 가빠 왔다. 아이는 사람들을 하나둘 앞질러 달렸다. 앞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에서 광인들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옆에서 덮치기 시작했다. 아이는 순간 주춤했지만,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사람이 적은 곳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옆 골목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사람들과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광인들은 충혈된 눈으로 아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한 남자가 광인을 밀치고는 넘어진 아이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넘어진 언니를 바라보며 남자에게 소리쳤지만 그는 잘 듣지 못했다. 여자는 일어나지 못한 채 무력하게 멀어져 가는 동생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윽고 뒤에서 달려오던 광인이 여자를 덮쳤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광인은 허우적거리며 여자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얼굴을 들이댔다. 아이는 울며 소리 질렀다.
[퍽!]
밀가루 포대가 터지듯 둔탁한 소리와 함께 광인의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여자는 얼굴에 피가 튀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위에 올라탄 광인의 무거운 몸뚱어리를 가까스로 치우고는 몸을 일으켰다. 멀리서 검은색 오토바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헌터는 한 손에 은빛 라이플을 든 채, 여자에게 달려드는 광인들의 머리통을 향해 한 발 한 발 사격했다. 그는 속도를 높여 사람들을 뒤쫓는 광인들을 추월해 여자가 넘어진 근처에서 180도 커브를 틀며 멈췄다.
“에이프릴. C4 구역 도착.”
에이프릴은 달려오는 광인들을 은빛 라이플총으로 한 발씩 쏘아가며 쓰러뜨렸다. 여자는 갑자기 나타난 헌터에게 넋이 나가 일어날 생각을 하질 못했다.
“언니!”
아이는 쓰러진 여자에게 달려와 안겼다.
“괜찮아? 다친 덴 없어?”
여자는 동생의 얼굴을 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뭐 해? 어서 가!”
에이프릴은 고개를 돌려 여자에게 말했다. 동생은 언니를 부축해 달리기 시작했다.
“엘리시아. 스캔.”
에이프릴이 명령어를 대자 그녀의 세텔라이트에서 푸른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반경 100미터 내 총 248명의 광인이 확인되며, 추가적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여어. 에이프릴. 포위된 거 같은데. 좀 도와줄까?”
오브라이언이 약 올리듯 말하자 에이프릴은 콧방귀를 꼈다.
“전송. 파워트레인.”
에이프릴이 명령어를 대자, 우측 어깨 위에 떠 있던 세텔라이트가 여섯 조각으로 분리되었다. 각 조각은 에이프릴의 두 팔과 다리와 앞, 뒤 몸을 향해 푸른 레이저를 쏘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파란빛들은 형체를 띠며 점점 커져 갔다. 그러더니 이내 티타늄으로 된 검은색 방호복으로 바뀌었다.
광인들이 그녀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광인들의 짐승 같은 손이 그녀의 몸에 거의 닿으려 할 때, 에이프릴은 갑자기 자세를 낮추더니 ‘펑’ 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불길을 내며 광인 무리를 뚫고 순간이동하듯 사라졌다. 그리고 더 앞에 있던 광인들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양손에 있던 총으로 가차 없이 광인들의 머리를 터뜨렸다.
그녀의 한 발 한 발은 정확하게 광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광인들은 너무 빠른 그녀의 몸짓에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근처에서 총소리를 들은 광인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광인들이 그녀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마구 휘둘렀지만, 에이프릴은 마치 손의 방향을 읽고 있는 듯 가볍게 피하며 턱밑으로 총을 쏘아 머리를 터뜨렸다. 멀리서 달려오던 광인들은 그녀의 총에 다리가 터져 그대로 쓰러졌다. 분명 그녀와 광인들 사이의 거리는 1미터도 안 되었지만 마치 그녀의 몸 주위에 보이지 않은 방벽이 있는 듯 광인들은 더 이상의 간격을 뚫지 못했다.
광인들이 수없이 죽어 나간 채, 에이프릴의 주위로 계속해서 광인들이 모여들자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그녀는 달려오는 광인의 무릎과 어깨를 밟고는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고 한 번 더 세텔라이트를 밟고 대략 5미터 정도의 높이에 이르자 몸을 뒤로 젖혀 공중제비를 했는데, 몸이 거꾸로 떨어지는 찰나에 총알을 바꿔 탄을 날렸다. 그 탄은 그녀가 없는 광인 무리의 중심에 떨어져 반경 3미터 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광인들을 산산조각 냈다.
“여어. 실력 아직 죽지 않았는데?”
뒤늦게 오브라이언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슈프리머는?”
“어디서 또 광인한테 쫓기고 있겠지. 뭐.”
“다 들린다. 빠박아.”
곧 하늘에서 제트보드를 타고 온 슈프리머가 착지했다.
“본부에 무전해 봤어?”
“아니. 신호는 가는데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에이프릴은 이곳에 계속 남을지 아니면 본부 지원을 위해 코랄지구로 건너갈지 고민했다.
“지금까지 아무 무전이 없다면 둘 중 하나일 거야. 광인을 처리했거나 아니면 전멸했겠지.”
오브라이언과 슈프리머도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듯했다.
“일단 여기부터 처리하고 보자. 오비, 넌 도시 외곽으로 돌면서 광인들 위치 확인 좀 해 줘.”
“너는?”
“난 슈프리머랑 제4초소까지 사람들을 모을게.”
“그래. 조심해라.”
에이프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프리머도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한 번 까딱하고는 제트보드에 올랐다. 둘은 사람들이 도망간 곳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