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e]_제 4 화 『 자유해방군 』_46. 비스마르크
제 4 화 『 자유해방군 』
46. 비스마르크
큰 파도에 맞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여
내가 그대의 돛대에 나부끼는 깃발이 되어주겠노라
자동차 한 대가 수북이 쌓인 눈길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프런트 펜더에 고드름이 맺힌 커다란 군용차량은 추위에 떨 듯 덜덜거리는 엔진소리를 내며 무거운 바퀴를 움직였다. 앞을 가로막은 눈길이 무색한 듯 꽁꽁 언 눈덩이를 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지나 도착한 곳은 거대한 철문이 가로막은 오래된 수용소였다. 차가 멈추자 초소 안에 있던 경비가 추운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밖으로 나왔다. 경비는 차 안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이상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소로 돌아갔다. 곧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거대한 철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이 다 열리자 추위에 덜덜 떨고 있던 차량은 다시 힘겹게 바퀴를 굴려 수용소 안으로 들어갔다.
교도관이 오늘 이감될 자의 명단을 살피기 위해 검은색 결재판을 열었다. 결재판 문서에는 ‘5632번 비스마르크’ 라는 이름 하나만이 적혀있었다. 그는 결재판을 덮고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교도관에게 결재판을 건넸다. 그는 뒤따르는 두 명의 교도관과 함께 수용소 안을 걸어갔다. 교도관이 감옥을 지나갈 때마다 차디찬 쇠창살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죄수들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곧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한 듯 멈춰 섰다. 그 곳엔 덩치 큰 남자가 입구에 등을 지고 앉아있었다. 마치 자신을 부르러 올 것을 알고 있는듯 했다. 곧 쇠창살에 문이 열렸다.
“5632번. 이감.”
남자는 때가 온 듯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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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 입니다. 테러를 일삼아 왔던 자유해방군의 수괴 비스마르크와 그 일당이 잡혔습니다. 그들은 국토관측소 북부지사를 파괴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배치된 경찰특공대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이들은 정부 주요관청 폭파 및 방화 등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은 인근 교도소로 수감된 상태입니다.”
(채널돌림)
“이들에게 테러범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여주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테러범이라면 사상이나 세력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이들은 그저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투정을 부리는 잡범에 불과하다는 거죠.”
(채널돌림)
“커다란 버스가 돌진하더니 그대로 관측소 게이트를 들이받았어요. 쾅 하는 소리가 크게 났는데 전 폭발이 일어난 줄 알았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채널돌림)
“무르만스크 사태에서도 이들이 수도관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관계자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상종도 못할 쓰레기들이죠. 이제라도 잡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온통 테러범 이야기뿐이군.”
‘오래된 골목’ 사장 배너가 무심히 말했다. 손님이 한산한 오후 3시에는 따분한 정적만이 흘렀다.
“배너 씨, 이 샌드위치 맛이 기가 막히네요. 안에 든 게 뭐에요? 닭고기?”
1인석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오브라이언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칠면조야.”
“케밥 이후로 칠면조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식은 처음이네요. 이런 손맛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에요?”
오브라이언의 질문에 배너는 대답없이 피식 하고 웃어넘겼다. 오브라이언이 다시 샌드위치를 들어 한입 베어먹으려는 순간 세텔라이트가 깜빡였다. 에이프릴 이었다.
“오비. 새 임무야.”
“곤란한데. 난 지금 이 샌드위치와 사랑에 빠졌거든.”
“센터로 와.”
에이프릴은 무심하게 통신을 종료했다. 오브라이언은 무안한 듯 배너를 한번 쳐다보다가 샌드위치를 입에 우겨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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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로 순찰차와 호송 차량 및 헬리콥터가 간격을 두고 움직였다. 가운데 커다란 차량은 다른 차량에 의해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아마도 죄수가 탄 호송 차량으로 보였다. 차들이 가는 도로는 사전에 차량 통제를 했는지 다른 민간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마치 퍼레이드 같은 행렬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베이크 경찰서 놀런 경감 입니다.”
옆에 있던 남자가 뜬금없이 에이프릴에게 악수를 청했다. 에이프릴은 악수를 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르만스크에서 활약이 대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놀런의 호의적인 태도가 나쁘지 않은 듯 에이프릴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유명인인가요?”
“아 그럼요. 저희 경찰서에서도 이미 소문이 자자합니다. 헌터들이 광인 뿐만 아니라 부패한 정치인들에게서도 사람들을 구한다고 말이죠. 헌터분들의 위상이 이전보단 많이 올라갔을 겁니다.”
“네, 고맙네요. 근데 지금 호송하는 사람을 여쭤본겁니다.”
“아? 아\~ 네네”
놀런은 머쓱한 듯 웃었다.
“비스마르크라고. 자유해방군의 리더입니다. 자유해방군은 주요 관청만 노려서 폭탄테러를 일삼는 놈들인데, 반정부 성향에, 목표가 정해지면 물불 안 가리고 덤비는 굉장히 질이 안 좋은 녀석들이죠. 지난번 무르만스크 사태도 이들 짓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에이프릴이 사이드 미러를 통해 따라오는 호송차량을 보며 말했다.
“고작 한 사람인데 너무 힘 빼는거 아닌가요?”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니깐요. 아마 조직원들이 구출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 하긴 군대를 이끌고 오지 않는 이상에서야 지금 같은 경비상황에서 구출해내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에이프릴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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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 대열의 뒷열에선 오브라이언과 슈프리머가 경찰특공대와 함께 있었다.
“장비가 이렇게 빵빵한데 우리가 있을 필요가 있나?”
슈프리머가 옆에 있는 대원들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작전 중에 광인이 발생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깐요.”
옆에 있던 고참 대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슈프리머에게 담배를 건네며 말했다.
“저희는 광인과 대치하는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헌터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빠박아. 우리가 걔들이랑 싸울 때 어떻게 싸웠냐?”
슈프리머가 열심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오브라이언을 툭 치며 말했다.
“존나 갈겼지.”
“들었죠? 전혀 겁낼 필요없어요. 그저 광인을 향해 존나 갈기시면 되요. 그러면 광인은 너덜너덜해져 있고 옆에는 헌터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죠. 운이 좋으면 살아남는 거죠. 그러고 보면 넌 운이 좋은 편이다. 빠박아. ”
“아, 예\~”
슈프리머의 장난스런 말투에 경찰은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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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대열이 플래드슨 지역을 빠져나와 유라크 강에 이르렀다. 500미터에 이르는 긴 유라크 중앙대교에 들어서자 차량 대열이 좁아 졌다. 12월의 겨울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나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았다. 오후 2시의 눈부신 햇빛에 물결이 빛났다. 강 건너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빌딩들은 인간이 콘크리트로 산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관이었다.
에이프릴이 강 주변의 빌딩을 유심히 훑어 보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을 찡그렸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눈을 깜빡이고 다시 봤지만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선명하게 그녀의 시야에 나타났다. 그것은 유라크 대교가 끝나는 곳 바로 옆에 위치한 고층빌딩이었는데, 빌딩은 이제 막 지어지고 있는 듯 골조가 그대로 보였고 그 빌딩의 중턱 쯤에 무언가가 빌딩에 달라붙은 듯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급하게 세텔라이트를 통해 물체를 확대했다. 그러자 화면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는데 스파이더맨처럼 벽 쪽에 붙어 차량대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벽을 박차고 강 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한참을 떨어지더니 패러글라이딩이 펼쳐지며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전방에 건설중 빌딩. 확인 바람”
옆에 있던 남자경사의 무전에서 소리가 났다. 차량대열이 다리 출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아까까지 에이프릴이 보던 빌딩 중간쯤에서 탁한 먼지 구름이 밖으로 분출되더니 잠시후 빌딩 가운데서부터 금이 가며 건물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건물이 넘어온다. 조심해!”
무전에서 급하게 누군가 소리쳤다. 곧 반으로 갈려진 건물의 윗부분이 차량 행렬 방향으로 거대한 콘크리트 몸체를 이끌고 무너져 내려왔다. 차량 행렬 뒷편에 있던 차들은 급하게 정지했고, 선두는 이미 자리가 늦은 터라 급하게 엑셀을 밟아 건물이 떨어질 곳을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쿠구구구구구]
[쿵]
곧 거대한 폭발음과 같은 소리와 함께 건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방으로 먼지 바람이 일었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온통 뿌옇게 먼지로 뒤덮였다.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한 듯 했다. 검은 장막 속에 빠져 허우적대듯 현장은 온통 깜깜해졌다.
에이프릴은 뒤집어진 차량에 매달린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는 정신이 아득했지만 살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벨트를 풀고 차량 밖으로 빠져 나왔다. 사방이 먼지로 뿌옇게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세텔라이트를 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곧 건물이 무너진 현장의 위성영상이 확인되었고 먼지 구름을 벗어나기 위해 세텔라이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비틀대며 걸어갔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먼지구름이 옅어졌다. 그녀는 뒤를 돌아 다시 현장 상황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거대한 산과도 같은 건축물의 잔해가 하늘을 가렸다. 같이 왔던 선두차량들은 대부분 건물 밑으로 깔려버린 듯 온전한 차량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입에 걸린 먼지를 뱉어내며 계속 기침을 해댔다.
그때 멀리서 차량 문짝이 바닥에 내팽겨쳐지는 듯한 쇳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먼지 구름에서 검은 그림자 형상이 나타났다.
“꼼짝 마!”
에이프릴은 총을 들어 남자에게 겨누었다. 그녀 앞에 나타난 거대한 남자는 죄수복을 입고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호송 중인 일급 죄수 ‘비스마르크’라는 걸 직감했다.
비스마르크는 에이프릴의 말에 곧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았다.
“헌터인가?”
비스마르크의 목소리는 중저음에 울림이 컸다. 에이프릴은 비록 무방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기세가 뿜어져 나옴을 직감했다. 경계를 쉬이 풀지 못했다. 비스마르크는 곧 두손으로 머리를 한번 쓸어 내리더니 하늘을 보며 공기를 들이마셨다.
“역시. 자유란 좋군.”
에이프릴은 계속 총을 겨누고 있기 힘들어 세텔라이트를 통해 경찰에 지원 요청을 했다. 에이프릴의 지원요청에도 비스마르크는 동요하지 않았고, 꽤나 여유로워 보였다.
곧 하늘에서 헬기 두 대가 나타났다. 헬기는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공중에 떠 있는 헬기에서 문이 열리며 경찰이 비스마르크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경찰은 스피커를 들고 투항하라고 말했다. 비스마르크는 씩 웃으며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그때 반대편에 있던 헬기가 몸체를 세우더니 다른 헬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펑]
폭발음과 함께 비스마르크를 겨누던 헬기가 추락했다. 에이프릴은 어찌된 상황인지 모른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곧 미사일을 날렸던 헬기가 비스마르크 머리 위로 줄사다리를 내렸다. 비스마르크는 두 손을 뻗어 줄사다리를 잡고 사다리에 올라탔다. 에이프릴은 그를 막고싶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비스마르크는 사다리에 올라타 에이프릴을 다시 쳐다봤다. 비스마르크는 알고 있었다. 헌터는 무장하지 않는 사람을 쏠 수 없다는 규율을 말이다. 그는 씩 웃으며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고. 헌터.”
헬기는 비스마르크를 태우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