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 공지 📖 연재소설 💬 자유게시판 🖼️ 갤러리 🎬 영상 ✏️ 창작 노트 ☕ 작가 후원

[The Core]_제 5 화 『 자장가 』_49. 알람소리

조회 173회
2
추천

제 5 화 『 자장가 』





49. 알람소리





[시계 알람 소리]





그녀는 시계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른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이의 한쪽 손에는 링거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서랍에서 주사기와 약을 꺼내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아이에게 주사를 놓았다. 잠시 후 아이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나갈 준비를 마친 그녀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상가 주변에서 손수 만든 액세서리를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진열대 위에는 그녀가 정성껏 세공한 다양한 액세서리들이 놓여 있고,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상품을 구경했다. 그러다 흥미를 잃은 듯 상품을 내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그들 중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크리스티나는 진열대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서툴게 화장한 소녀들, 긴 코트를 걸치고 성큼성큼 걷는 청년들, 팔짱을 낀 채 속삭이며 지나가는 연인들. 사람들을 보며 문득 그녀는 자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떠올려봤지만, 기억은 희미하기만 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몇 해 지나지 않아 아이가 불치병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다섯 시간마다 특수 약을 주사해야 한다고 했다. 약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크리스티나는 돈을 벌어야 했지만, 아이에게 다섯 시간마다 주사를 놔줘야 하는 그녀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일자리는 거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집 근처에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팔며 겨우 생계를 꾸려나갔다.





크리스티나는 아직 젊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그녀도 또래처럼 사랑을 하고, 자신을 꾸미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그런 생각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얼굴을 가꿀 여유조차 없었다. 스스로를 감정 없는 로봇처럼 대하며, 마치 그것만이 자신의 꽃다운 시절을 억지로 빨리 보내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건 달리아 꽃이군요.”





몇 주 전, 한 손님이 붉은색 머리핀을 보며 말을 걸었다.





“달리아는 여러 가지 꽃말을 가졌죠. 정열, 불안정, 변덕스러움 그리고 가련함.”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큰 키에 창백한 얼굴,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마술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미소 짓는 그 모습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복잡한 심정이 꼭 아름다운 여성의 마음과 닮았죠.”





그는 웃으며 돈을 건넸다. 크리스티나는 그가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손님일 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을 '레오' 라고 소개한 그는 그 뒤로도 가끔 그녀를 찾아와 사소한 농담으로 그녀를 웃겨주었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레오는 크리스티나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그는 자신이 마술사라고 했다. 그리고 가끔 짧은 마술을 보여주었다. 크리스티나는 그의 마술을 볼 때마다 놀라움과 참신함에 박수를 쳤다. 어느새 그녀는 레오가 찾아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레오와 함께하는 시간은 크리스티나에게 작은 행복이 되었다.





어느 날, 레오는 크리스티나와 워싱턴 파크를 거닐며 사랑을 고백했다. 첫날 그가 샀던 붉은 달리아 꽃 머리핀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또렷이 느꼈다. 그녀는 레오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했다. 그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주말마다 함께 쇼핑하고 여행하며 웃음 짓는 모습이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시계 알람 소리]





레오의 고백에 대답하려던 순간, 그녀의 손목시계가 알람 소리를 냈다. 순간 크리스티나는 잊고 있던 현실을 상기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크리스티나는 레오가 건넨 붉은 달리아 꽃 머리핀을 다시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섰다. 레오가 뒤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